발주청 공사기간 산정근거 공개, 법률 의무화 개정안 국회 상정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9월 8일 복기왕 의원 등 16명이 3월에 발의한 건설기술 진흥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상정했다. 공공공사 발주청이 입찰공고를 낼 때 공사기간을 어떻게 산정했는지 그 근거를 입찰자에게 제공하도록 법률에 명시하는 내용이다. 같은 취지로 조정식 의원이 지난해 12월 낸 개정안은 4월에 먼저 상정돼 있다.
발주청의 산정근거 공개는 지금도 의무다. 국토교통부 「공공 건설공사의 공사기간 산정기준」 고시 제5조는 발주청이 공공공사를 입찰할 때 공사기간 산정근거를 입찰서류에 명시하도록 하고 있고, 국가계약 예규인 공사입찰유의서도 2020년 9월부터 산정근거를 입찰서류 목록에 넣었다. 다만 모법인 건설기술 진흥법 제45조의2에는 발주자가 적정 공사기간을 산정해야 한다는 조항만 있고 공개 의무는 없다. 두 개정안은 고시와 예규에 있던 공개 의무를 법률 조항(제45조의2 제4항 신설)으로 옮긴다.
입찰서류 1만 건 중 9천여 건에 근거 없어
법률 상향 논의에 자주 인용되는 자료는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조사다. 건산연은 대한건설협회와 함께 2022~2024년 발주된 공공공사 입찰서류 10,046개를 분석해 올해 4월 「월간 건설법제동향」에 실었다. 9,289개(92.5%)가 입찰서류에 공사기간 산정근거를 넣지 않았다. 근거를 공고한 757개 가운데 구성 요소와 산정 근거, 검증 결과를 모두 낸 사업은 262개로 전체의 2.6%였다.
건산연은 1월호에서도 같은 규모의 조사 결과를 소개했는데, 이때는 상세 기준을 모두 공개한 사업 비율을 0.3%로 적었다. 두 호 모두 판정 기준을 밝히지 않아 수치가 달라진 이유는 확인되지 않는다.
고시가 요구하는 산정근거는 준비기간, 비작업일수, 작업일수, 정리기간으로 이뤄진다. 입찰자가 따져볼 내용이 가장 많은 항목은 비작업일수다. 법정공휴일과 강우 같은 기상조건으로 일하지 못하는 날을 더한 뒤 겹치는 날을 빼서 구한다. 국토부가 올해 1월 낸 「적정 공사기간 확보를 위한 가이드라인」은 해당 지역의 최근 10년 기상청 관측자료를 쓰도록 하고, 1월 토공사라면 강우 7일과 공휴일 5일에서 중복 1일을 빼 비작업일수를 11일로 잡는 예시를 싣고 있다.
입찰서류에 적힌 비작업일수는 계약 중에도 쓰인다. 고시 제18조는 입찰서류에 명시한 비작업일수가 실제와 달라 공사가 늦어지면 계약기간과 계약금액을 조정할 수 있게 했다. 입찰서류에 비작업일수가 없으면 이 조항을 근거로 조정을 요구하기 어렵다.
공기 부족은 간접비 분쟁으로
업계가 산정근거 공개를 요구해 온 배경에는 공기 연장에 따른 간접비 분쟁이 있다. 건산연이 2018년 건설사 67곳을 설문했을 때 36곳이 공공공사에서 공사기간 부족을 겪었다고 답했고, 그로 인한 어려움으로 공사비와 간접비 증가를 가장 많이 꼽았다. 공기 부족 원인으로는 '체계적이지 못한 발주기관의 공기 산정 방식'이 3위에 올랐다.
공기가 늘어나도 간접비를 받기는 쉽지 않다. 대법원은 2018년 10월 전원합의체 판결(2014다235189)에서 장기계속공사의 총공사기간이 처음 부기한 기간보다 늘어났더라도 총괄계약을 기준으로 계약금액을 조정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관 4명은 반대의견을 냈다. 이후 비슷한 간접비 소송에서 이 판결이 인용되고 있다.
처벌 조항은 건설안전특별법에서 논의
상정된 개정안에는 발주청이 의무를 어겼을 때의 제재 규정이 없다. 건산연도 4월호에서 법률 상향만으로는 처벌 규정과 구체적인 표준 산정기준이 없어 실효성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제재는 국토위 법안소위에 계류 중인 건설안전특별법안 3건에서 다뤄지고 있다. 세 안 모두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 조항을 두는데, 적정 공사기간과 직접 연결한 것은 윤종오 의원안이다. 이 안 제43조는 적정한 기간과 비용을 제공하지 않아 사고가 난 경우 발주자와 설계자를 처벌하도록 했다. 문진석 의원의 두 안은 안전관리 의무를 소홀히 해 사망사고가 난 경우를 처벌 요건으로 한다. 4월 13일 국회 공청회가 열렸고, 세 안 모두 아직 소위를 통과하지 못했다.
산정기준 개정도 진행 중
국토부는 산정기준 자체도 고치고 있다. 3월 보도에 따르면 국토부는 '공사기간 산정 및 조정 관련 제도개선 방안 연구' 용역으로 도로, 철도, 건축물 등 시설 유형별 공기 산정 공식을 최근 사례와 통계에 맞게 손보고 있으며, 약 10개월 연구 후 산정기준과 가이드라인에 반영할 계획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기존 검증 공식이 만들어진 지 5년 정도 됐다고 설명했다.
민간공사는 1월 16일 민간건설공사 표준도급계약서가 개정되면서 설계서 범위에 공사기간 산정근거가 들어갔다. 표준도급계약서는 권고 양식이라 강제력은 없다.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발주청이 실제로 근거를 싣는지, 실린 근거가 계약 중 공기 조정에 쓸 수 있을 만큼 구체적인지는 따로 봐야 한다. 시공사로서는 입찰 단계에서 산정근거를 받아 검토하고, 착공 뒤 실제 비작업일수를 기록해 두는 것이 현행 제도에서 공기 조정을 청구할 수 있는 방법이다.
· 국회 의안정보시스템: 건설기술 진흥법 일부개정법률안(복기왕 의원 등 16인, 의안번호 2217669)
·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월간 건설법제동향 2026년 4월호
·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월간 건설법제동향 2026년 1월호
· 국가법령정보센터: 공공 건설공사의 공사기간 산정기준(국토교통부고시 제2024-1021호)
· 국가법령정보센터: 건설기술 진흥법
· 국토교통부: 2026년 적정 공사기간 확보를 위한 가이드라인
· 이투데이: 건산연 공공공사 공기 적정성 설문(2018. 12.)
· 대법원 2018. 10. 30. 선고 2014다235189 전원합의체 판결
· 국민참여입법센터: 건설안전특별법안(문진석 의원 등 19인, 의안번호 2213160)
· 국민참여입법센터: 건설안전특별법안(윤종오 의원 등 14인, 의안번호 2214802)
· 한국경제TV: 건설안전특별법 국회 공청회(2026. 4.)
· SBS Biz: 정부, 적정 공사기간 기준 손본다(2026. 3. 16.)
· 국가법령정보센터: 민간건설공사 표준도급계약서(국토교통부고시 제2026-34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