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조선 업계에서 쓰이고 있는 AI 에이전트 현황

2025년 말부터 2026년 사이에 국내 대형 건설사와 조선사가 공개한 AI 에이전트 사례는 적용 지점이 두 가지로 나뉜다. 건설사가 입찰제안서와 계약서, 작업일보 같은 문서 업무를 먼저 맡긴 반면, 조선사는 용접과 블록 조립 같은 생산 공정에 적용하면서 숙련공의 판단을 데이터로 남기는 작업을 함께 진행하고 있다. 각 사가 공개한 내용과 확인된 수치를 정리했다.
HD현대중공업 울산 선각2공장의 평블록 조립 공정에는 원래 숙련 작업자 일곱 명이 필요했지만, 지금은 직원 한 명이 AI 비전으로 용접 위치를 인식하는 협동로봇 여러 대를 운영한다. 주간 기준 하루 생산량은 500톤에서 750톤으로 늘었고, 주야간을 함께 돌리면 1,000톤까지 가능하다는 것이 회사 설명이다.
같은 회사 노사는 2026년 2월 10일 자동화와 로봇 도입에 공동 대응하는 협의체를 만들었으나, 다섯 차례 회의를 하고도 논의는 방향 설정 단계에 머물러 있다. 한 조합원은 울산 지역 언론에 "산업 전환과 기술 도입은 이미 정해져 있고 노조는 그 결과만 수습하라는 구조"라고 말했다. HD현대는 2024년 6월 이후 로봇 82대를 도입했다.
수천 장짜리 계약서부터
건설사들은 AI 에이전트를 현장보다 사무실 업무에 먼저 적용했다. 삼성물산은 2025년 11월 11일 서울 강동구 본사에서 임직원과 AWS코리아 관계자 400여 명이 참석한 행사에서 AWS와 공동 개발한 에이전트 세 개를 공개했다. AI-ITB 리뷰어가 입찰제안서를 분석해 리스크 조항을 찾고, AI-콘트랙트 매니저가 법무와 계약 검토를 지원하며, AIPEX는 현장별로 흩어진 데이터를 통합해 분석한다. 2026년부터 모든 건설 프로젝트에 적용하고 2028년까지 전 업무를 AI 기반으로 전환한다는 것이 회사가 밝힌 로드맵이다. 오세철 사장은 프로젝트가 크고 복잡할수록 AI의 역할이 커진다고 말했고, 소병식 부사장은 AI의 가치를 회사가 실제로 해결한 문제로만 평가하겠다고 말했다.
대우건설도 문서 분석 AI를 해외 입찰과 계약 검토에 적용해 체코 원전 사업에서 검토 속도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해외 EPC 입찰 문서는 수천 장 분량이고, 벌금 조항이나 공기 지연 책임 범위는 그 안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다.
계약 문서가 먼저인 이유는 자료가 남아 있어서다. 입찰제안서와 계약서는 수십 년간 같은 형식으로 축적됐고 검토 이력과 판단 근거까지 문서에 기록돼 있다. 반면 현장에서 오간 조정과 합의는 대부분 기록으로 남지 않는다.
하루 90분, 연간 375시간
절감 효과를 수치로 제시한 사내 사례도 있다. 포스코이앤씨는 2026년 3월 24일부터 5월 15일까지 전사 AI 경진대회를 열었다. 구성원 절반에 가까운 2,000여 명이 참여했고 출품작은 1,887건이었다. AI 에이전트 부문 최우수작으로는 '작업일보 자동화 AI 에이전트'가 뽑혔다. 현장 담당자가 하루 평균 90분 넘게 쓰던 반복 업무를 줄여 1인당 연간 375시간, 약 두 달치 업무를 절감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회사 관계자는 구성원들이 AI를 자신의 업무를 바꾸는 동료로 인식하기 시작한 점을 가장 큰 성과로 꼽았다.
GS건설은 건설사 가운데 처음으로 ChatGPT Enterprise를 도입했고, 사내 공모 'AX 레시피'를 개인 참여에서 현업 팀 단위로 개편했다. 문서 자동화와 데이터 분석을 중심으로 실사용 사례 50여 건이 공유됐다. 3월 임원 워크숍에는 허윤홍 대표를 포함해 110여 명이 참석했고, 9월에 우수 과제를 선정해 실무 적용을 검토한다.
현대건설은 외부 생성형 AI 대신 사내 전용 AI 비서를 구축했다. ChatGPT, Claude, DeepL 등을 기반으로 하되 접속은 사내 시스템과 H-PASS 앱으로 제한했고, 기술 기준이나 법령 검토처럼 근거 문서를 정확히 찾아야 하는 업무에 주로 쓴다. SK에코플랜트는 조직개편에서 AI솔루션사업 조직을 건축·토목·플랜트 조직과 같은 층위로 올리고 사장 직속 AI 혁신 담당을 신설했다. DL이앤씨는 공정·원가 관리와 안전 리스크 사전 감지로 적용 범위를 넓히겠다고 밝혔다.
조선사의 과제
조선사가 다루는 문제는 건설사와 다르다. HD현대 김영옥 그룹 AI개발총괄은 제주에서 열린 KDD 2026에서 조선 AI 마스터 에이전트 구상을 발표하며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가진 가장 값진 자산은 30년 경력 용접 전문가의 판단인데, 그런 지식은 제대로 문서화된 적이 없다."
구상은 세 층 구조로, 아래에 범용 서비스를 담당하는 HD Agent가 있고 그 위에 계약과 최적화를 처리하는 조선설계 에이전트, 블록 관리와 설비 자동화와 다국어 작업자 소통을 담당하는 조선생산 에이전트가 놓인다. 맨 위의 마스터 에이전트가 설계·생산·안전·품질·다국어를 통합한다. 이 구조가 작동하려면 숙련공의 암묵지를 온톨로지로 변환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하는데, 아직 진행 중이다.
한화오션과 삼성중공업은 설비와 데이터를 먼저 정비했다. 한화오션 거제조선소에서는 작업자 한 명이 용접 로봇 세 대를 운영해 생산 효율이 약 세 배 높아졌고, 2030년까지 3,000억원을 투자해 실내 용접 자동화율을 67%에서 100%로 높인다는 계획도 나와 있다. 삼성중공업은 견적부터 인도까지 데이터를 통합하는 S야드(SYARD)를 운영하고 있고, 2025년 10월 29일 거제에서 설계 자동화 플랫폼 S-EDP(SHI-Engineering Data Platform)를 공개하면서 2030년까지 설계 자동화율을 두 배 이상으로 높이겠다고 밝혔다. 최성안 대표는 DX와 AX와 RX를 묶은 스마트 조선소의 기반이 S-EDP라고 설명했다.
| 기업 | 적용한 것 | 확인된 수치 |
|---|---|---|
| 삼성물산 | AI-ITB 리뷰어, AI-콘트랙트 매니저, AIPEX (AWS 공동개발) | 2026년 전 프로젝트 적용, 2028년 전 업무 전환 목표 |
| 포스코이앤씨 | 작업일보 자동화 에이전트 등 사내 공모작 | 출품 1,887건, 1인당 연 375시간 절감 추산 |
| GS건설 | ChatGPT Enterprise, AX 레시피 팀 과제 | 실사용 사례 50여 건, 9월 우수 과제 선정 |
| 현대건설 | 사내 전용 AI 비서 | 기술 기준·법령 검토 용도, 사내망 한정 |
| 대우건설 | 문서 분석 AI | 체코 원전 입찰·계약 검토에서 검증 |
| HD현대 | 조선 AI 마스터 에이전트 구상, 협동로봇 | 로봇 82대(2024년 6월 이후), 평블록 500→750톤 |
| 한화오션 | 용접 로봇, 스마트야드 | 1인 3대 운영, 2030년까지 3,000억원 |
| 삼성중공업 | S야드, S-EDP | 2030년 설계 자동화율 2배 목표 |
데이터를 수집하지 않는 기업들
여기까지는 상위 기업의 사례다. 중소기업정보진흥원의 2024년 중소기업 정보화 수준 조사에서 표본 456곳 가운데 매출 5억원 이상 건설사의 80.3%가 데이터를 수집조차 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수집은 하지만 활용하지 않는 곳까지 더하면 열 곳 중 아홉 곳이 AI를 실질적으로 사용하지 않는다. 상위 10대 건설사의 AI 도입 사례 44건 중 절반 이상이 최근 2년에 집중돼 있다는 집계도 있다.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은 삼성물산 1.61%, 현대건설 1.09%, 대우건설 1.04%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종사자 107명에게 조사한 장애 요인은 데이터 확보와 품질, AI 전문 인력 부족, 건설 특화 기반 기술의 부재 순이었다.
지금까지 에이전트가 적용된 업무는 입찰제안서, 계약서, 작업일보, 용접 위치처럼 형식이 정해져 있고 기록이 남는 일에 몰려 있다. 회의에서 구두로 정리한 판단이나 담당자 개인이 기억하는 현장 조정 이력에는 아직 적용 사례가 없다. HD현대가 30년 경력 용접공의 판단을 온톨로지로 변환하는 작업부터 시작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다음 단계에서 각 회사가 답해야 할 질문은 지금 기록하지 않는 정보를 어디까지 남길 것인가다. HD현대중공업 노사 협의체가 다섯 차례 회의에도 방향을 정하지 못한 사례에서 보듯, 이 결정은 기술 부서 혼자 내리기 어렵다.
삼성물산 뉴스룸, 「"AI시대, 건설을 새로 설계하다" 삼성물산, 'AI 네이티브' 건설사 전환 로드맵 제시」, 2025년 11월. news.samsungcnt.com
머니투데이, 「삼성물산, 'AI 건설사'로 전환한다…AWS와 혁신 로드맵 추진」, 2025년 11월 12일. mt.co.kr
뉴스워치, 「삼성·GS·포스코·대우·SK, 'AI 중심 건설사' 대전환…현장·조직 모두 바뀐다」. newswatch.kr
헤럴드경제, 「AI 통해 年 375시간 아낀다… 포스코이앤씨, '전사 AI 경진대회'로 건설현장 혁신」, 2026년 5월 18일. biz.heraldcorp.com
이데일리, 「GS건설, 전사 AI 내재화 속도…현업 중심 'AI 에이전트' 도입」. edaily.co.kr
현대건설 뉴스룸, 「현대건설 '일잘러'의 비밀: 실무에 바로 적용하는 AI 툴」. hdec.kr
아이티데일리, 「HD현대, 숙련공 노하우까지 AI로…'조선 마스터 에이전트' 구상」. itdaily.kr
아시아투데이, 「[르포] "용접은 로봇이, 판단은 AI가"…HD현대서 본 'AI 조선소'의 미래」, 2026년 6월 14일. asiatoday.co.kr
울산매일, 「HD현대중공업 AI·로봇 대응 노사 협의체 '공회전'」. iusm.co.kr
메트로신문, 「조선소 자동화, '미래 투자'서 실적 변수로…스마트야드 구축 속도」, 2026년 5월 10일. metroseoul.co.kr
중소기업신문(SME데일리), 「삼성중공업 "'30년까지 설계 자동화율 두 배로" 자동화 플랫폼 'S-EDP' 공개」, 2025년 10월 29일. smedaily.co.kr
오피니언뉴스, 「AI 도입은 일부 대형사만…벌어지는 건설업 기술 격차」(중소기업정보진흥원 2024년 중소기업 정보화 수준 조사,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설문 인용). opinio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