획득가치관리(EVMS)로 공정과 원가를 함께 보는 방법

공정률 80%인 프로젝트가 있다. 같은 시점에 원가 집행률이 100%라면 남은 20%를 끝낼 돈이 없다. 공정률과 집행률을 따로 보면 이 상태가 보고서 두 장에 나뉘어 올라오고, 둘을 겹쳐 보는 사람이 없으면 준공 정산 때 적자가 확인된다. 획득가치관리(EVMS, Earned Value Management System)는 공정과 원가를 같은 화폐 단위로 바꿔 한 지표로 묶는 기법이다.
세 값과 두 지표
EVMS는 세 값으로 시작한다. 계획가치(PV)는 이 시점까지 계획상 끝냈어야 할 작업의 예산이다. 획득가치(EV)는 실제로 끝낸 작업을 예산 기준으로 환산한 값이고, 국내 현장에서 쓰는 기성 개념에 가깝다. 실제원가(AC)는 그 작업에 실제로 들어간 돈이다.
원가성과지수(CPI)는 EV를 AC로 나눈 값이다. 1 미만이면 예산보다 돈이 더 들고 있다. 일정성과지수(SPI)는 EV를 PV로 나눈 값이다. 1 미만이면 계획보다 일이 덜 됐다. 여기에 완료시점 총예산(BAC)을 더하면 완료시점 예상원가(EAC)를 전망할 수 있다.
앞의 예로 돌아가면, 공정률 80%에 집행률 100%는 EV 80, AC 100이므로 CPI 0.8이다. 이 시점에 계획상 70%를 끝냈어야 하는데(PV 70) 실제 완료가 50%(EV 50)면 SPI는 0.71이다. 같은 시점의 집행률이 70%(AC 70)면 CPI도 0.71이다. 집행률 70%만 보면 예산 안에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한 일이 50%이므로 원가와 일정이 동시에 밀려 있다.
완료시점 원가를 미리 계산한다
가장 단순한 EAC는 지금의 원가 효율이 끝까지 이어진다고 가정한 BAC ÷ CPI다. 초반 CPI가 0.85면 최종 원가는 예산의 약 118%, 약 18% 초과로 계산된다. 목적은 만회 조치를 할 시간이 남아 있을 때 최종 손익을 수치로 보는 것이다.
데이비드 크리스텐슨(David S. Christensen)과 공동 연구자들이 1992년과 1993년에 발표한 연구는 국방부 조달 계약에서 누적 CPI가 공정 20% 시점의 값에서 ±0.10 이상 벗어나지 않았고, 벗어나는 경우 대개 나빠지는 방향이었다고 보고했다. 다만 호주 프로젝트 관리 컨설턴트 패트릭 위버(Patrick Weaver)는 Mosaic Projects 글에서 이 결과가 1990년대 미국 방위산업 계약에서 나온 것이며 모든 산업의 모든 프로젝트로 넓힐 근거는 없다고 지적했다. 건설과 플랜트에서 20% 시점의 CPI가 최종 원가를 같은 정도로 예측한다는 자료는 확인하지 못했다.
표준과 국내 적용
EVMS의 산업 표준은 ANSI/EIA-748이다. 미국 전자산업협회(EIA)가 만든 표준이고, 미국 방위산업협회(NDIA)가 32개 지침의 해설서(Intent Guide)를 낸다. 미국 국방부는 조달 계약에서 이 표준의 준수를 요구한다. 32개 지침 가운데 첫 번째가 작업분류체계(WBS) 정의이고, 세 번째가 계획·일정·예산·원가집계 프로세스를 WBS 및 조직분류체계(OBS)와 통합하라는 요구다.
EV를 어떻게 재느냐가 지표를 정한다
EVMS의 약점은 EV 측정에 있다. 공정 진척을 담당자가 감으로 입력하면 CPI와 SPI도 감이 된다. 작업 단위마다 완료 물량 비율 같은 진척 측정 규칙을 미리 정해야 한다. 조달 비중이 큰 프로젝트에서는 자재를 발주했을 때, 입고됐을 때, 설치했을 때 중 어느 시점에 EV를 잡는지에 따라 같은 프로젝트의 SPI가 달라진다. 발주처에 청구하는 기성과 내부 관리용 EV의 기준이 다르면 두 숫자가 어긋나 월말마다 조정이 생긴다.
이 규칙들이 돌아가려면 공정표의 WBS 코드와 원가 시트의 원가분류체계(CBS) 코드가 작업 단위에서 대응돼 있어야 하고, 현장 실적이 월 단위 이하 주기로 입력돼야 한다. EVMS 도입을 검토한다면 소프트웨어 선정 전에 WBS와 CBS의 대응 관계, 작업별 진척 측정 규칙, 실적 입력 주기가 문서로 정해져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순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