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MIS 도입 순서는 조직의 데이터 수준과 프로젝트 규모로 정한다

PMIS(Project Management Information System) 도입 검토는 제품 비교에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같은 제품을 넣어도 결과는 조직마다 다르다. 일정을 엑셀로 관리하던 조직이 처음부터 원가·문서까지 묶는 통합 시스템을 깔면 입력이 따라오지 못해 정착에 실패하고, 수천억 원짜리 EPC를 수행하는 조직이 공정관리 도구 하나로 버티면 원가와 일정이 따로 집계된다. 도입 순서를 정하는 기준은 두 가지다. 조직이 지금 데이터를 어디까지 다루고 있는지, 그리고 프로젝트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다.
조직의 데이터 수준을 네 단계로 나눈다
실무에서 PMIS 도입 상태를 구분할 때 네 단계로 나누면 다음 할 일이 정해진다. 첫 단계는 일정과 원가를 엑셀과 개별 문서로 관리하고 데이터가 담당자별로 흩어져 있는 상태다. 이 단계의 다음 일은 공정관리 도구를 표준으로 정하고 교육하는 일이다. 두 번째 단계는 공정표는 시스템에서 돌리지만 원가와 계약은 따로 관리하는 상태다. 다음 일은 원가·계약 시스템을 공정표와 같은 코드 체계 위에 연결하는 일이다. 세 번째 단계는 공정과 원가가 한 모델에서 집계되지만 문서와 협업은 메일과 공유 폴더에 흩어져 있는 상태다. 다음 일은 문서·협업 체계와 획득가치관리(EVM)를 결합하는 일이다. 네 번째 단계는 통합 데이터가 몇 년치 쌓인 상태로, 지표 자동화와 예측 분석이 다음 일이 된다.
이 구분은 구축 현장에서 쓰는 실무 기준이다. 통계 조사에서 나온 분류는 아니다. 단계는 데이터가 실제로 흐르는지로 판정한다. 공정관리 도구를 샀어도 현장이 진척률을 입력하지 않으면 첫 단계이고, 원가 시스템을 연결했어도 변경 승인이 원가 시트에 반영되지 않으면 두 번째 단계다.
규모가 첫 범위를 정한다
중소 규모 프로젝트나 조직은 공정관리 정착을 첫 범위로 잡는 편이 안전하다. 처음부터 원가·문서까지 한 번에 켜면 입력 항목이 늘어 현장이 따라오지 못하고, 정착 전에 사용이 끊긴다. 교육과 운용 인력을 조직 안에 남기는 것이 이 범위의 성공 조건이다.
대형 EPC나 발주처는 반대로 공정과 원가 통합을 처음부터 설계해야 한다. 공정관리만 먼저 정착시키고 나중에 원가를 붙이면, 그 사이 쌓인 공정 데이터의 코드 체계가 원가 코드와 맞지 않아 다시 정리해야 한다. 이 경우 성공 조건은 작업분류체계(WBS)와 원가 코드의 대응 관계를 시스템 구축 전에 정하는 일이다.
언제 시작하는가
도입 시점은 프로젝트 착수 전이 가장 좋다. 코드 체계는 데이터가 쌓인 뒤에 바꾸기 어렵고, 진행 중에 바꾸면 이미 입력된 실적을 새 코드로 다시 배분해야 한다. 입찰 단계에서 발주처가 요구하는 보고 체계가 정해지면 그 체계에 맞춰 WBS와 원가 코드를 잡는 것이 순서다. 진행 중인 프로젝트에 적용한다면 어느 시점의 예산·계약·실적을 기준선으로 옮길지를 먼저 정해야 하고, 그 전 데이터는 참고용으로만 남긴다.
ROI는 회피한 초과분으로 계산한다
PMIS의 투자 효과는 라이선스 비용과 회피한 원가 초과를 비교해 계산한다. 맥킨지는 2015년 보고서 The Construction Productivity Imperative에서 메가프로젝트의 98%가 30% 이상 원가를 초과하고 77%가 40% 이상 지연된다고 집계했다. 해외 10억 달러 이상 프로젝트를 모집단으로 한 수치이고, 국내 EPC의 평균 초과율을 집계한 공개 자료는 찾지 못했다.
계산 구조를 보이기 위해 가정을 하나 두면 이렇다. 계약금액 1조 원인 EPC 프로젝트에서 통합 원가·공정 관리로 원가 초과율을 3%p 줄이면 300억 원이다. 이 300억 원이 시스템 총비용(라이선스, 구축, 운용)을 얼마나 넘는지가 ROI다. 시스템 총비용은 범위와 인원에 따라 차이가 커서 여기서 수치를 내지 않는다. 절감이 나오는 지점은 세 곳이다. 획득가치관리로 원가 초과를 공정 초반에 발견하는 일, 설계 변경의 영향 금액을 승인 시점에 산정하는 일, 지체상금과 재작업을 피하는 일이다. 맥킨지글로벌연구소의 2017년 보고서 Reinventing Construction은 디지털 기술 적용으로 건설 원가를 4~6% 줄일 수 있다고 추정했다. 투자 회수 기간은 프로젝트 규모와 정착도에 따라 달라서 일반화된 수치를 제시하기 어렵다.
실패는 대부분 정착 단계에서 난다
PMIS 도입이 기대에 못 미치는 사례의 공통점은 도구는 작동하는데 데이터가 들어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현장이 실적을 입력하지 않거나, 결재 절차가 시스템 밖에서 돌거나, WBS와 원가 코드가 맞지 않아 통합 집계가 안 된다. IT 프로젝트 전반을 보면 Standish Group의 CHAOS 2020 보고서는 조사 대상 프로젝트 가운데 성공 31%, 일정·예산·범위 중 하나 이상 미달 50%, 실패 19%로 집계했다. 이 통계는 IT 프로젝트 일반을 다룬 것이고 PMIS만 따로 집계한 자료는 없다. 다만 실패 원인으로 꼽히는 요구사항 불명확, 사용자 참여 부족, 변화관리 실패는 PMIS 구축에서도 같은 모습으로 나타난다.
구축 현장에서 반복되는 실패 유형은 네 가지다. 데이터 표준 없이 시스템부터 깔아 통합이 안 되는 경우, 실적 입력이 빠져 EVM 지표가 실제와 다르게 나오는 경우, 모든 모듈을 한 번에 켜서 정착 전에 현장이 지치는 경우, 구축사가 도구만 넘기고 운용 역량이 조직에 남지 않는 경우다. 네 가지 모두 제품 선택과는 관계가 없다.
정리하면 PMIS 도입 순서는 조직의 데이터 수준과 프로젝트 규모로 정한다. 작은 조직은 범위를 좁혀 정착시키고, 큰 조직은 코드 체계부터 통합을 설계한다. 투자 효과는 회피한 원가 초과로 계산하고, 그 효과는 현장이 실적을 제때 입력할 때만 난다.
· McKinsey & Company, The construction productivity imperative, 2015
· McKinsey Global Institute, Reinventing Construction: A route to higher productivity, Executive Summary, 2017.2
· Standish Group CHAOS Report 연도별 집계(CHAOS 2020: Beyond Infinity, 성공 31%·도전 50%·실패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