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MIS 도입 전에 마스터코드(WBS·CBS·RBS)부터 정하는 이유

PMIS를 도입한 뒤 "일정과 원가가 한 화면에 안 나온다"는 말이 나오는 현장이 있다. 제품 문제인 경우는 드물다. 공정표의 작업은 WBS 코드로 돌고 원가 시트의 항목은 CBS 코드로 도는데, 두 코드가 서로 대응되지 않으면 어떤 시스템도 "이 작업에 얼마가 들었는가"를 계산하지 못한다. 마스터코드는 이 대응 관계를 프로젝트 시작 전에 정해 두는 작업이다.
세 가지 코드가 각각 무엇을 나누는가
마스터코드는 보통 세 가지 분류체계를 묶어 부른다. 작업분류체계(WBS)는 프로젝트 범위 전체를 작업 단위로 쪼갠 계층이다. ISO 21511:2018은 WBS를 "정의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완료해야 하는 작업 범위 전체의 분해"로 정의하고, 프로젝트 내내 작업을 관리하는 틀로 쓴다고 적는다. 원가분류체계(CBS)는 같은 범위를 돈이 어디에 쓰이는지 기준으로 나눈 것이다. AACE International은 권고실무 20R-98에서 이를 코드 오브 어카운트(code of accounts)라 부르고, 견적·회계·보고·통제가 같은 코드를 쓰도록 표준 코드를 두는 것이 원가 정보를 정렬·집계·요약하는 데 유리하다고 설명한다. 자원분류체계(RBS)는 인력·장비·자재를 분류한다.
국내 지침도 같은 자리에 이 작업을 둔다. 국토해양부(현 국토교통부)의 2009년 「건설사업관리 업무지침」은 시설물·공간·부위·공종·자원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WBS와 사업번호체계(PNS)를 관리하는 일을 건설사업관리 공통업무의 하나로 정의했다. 국토교통부는 2018년 12월 도로·하천 분야 「작업분류체계(WBS) 적용 설계실무 가이드라인(안)」도 냈다. 표준 WBS를 설계 단계부터 쓰게 하려는 문서다.
코드가 맞물려야 획득가치가 나온다
공정과 원가를 함께 보는 기법이 획득가치관리(EVM)다. 미국 EVMS 표준인 ANSI/EIA-748의 32개 지침 가운데 첫 번째가 WBS 정의이고, 세 번째가 계획·일정·예산·작업승인·원가집계 프로세스를 서로, 그리고 WBS 및 조직분류체계(OBS)와 통합하라는 요구다. WBS와 OBS가 만나는 지점이 관리계정(control account)이고, 일정 성과와 원가 성과는 이 단위에서 측정된다.
국내에도 같은 요구가 법령에 있다. 건설기술진흥법 시행령은 총공사비 500억 원 이상 건설공사에서 발주청이 시공자에게 국토교통부장관 고시 기준에 따른 세부 공종이 완료될 때마다 투입된 비용과 기간 실적을 실시설계와 비교해 관리하게 할 수 있다고 정한다. 이 조항의 뿌리는 2000년 2월 건설기술관리법 시행령 개정이다. 세부 공종 단위로 비용과 기간을 비교하려면 공정표의 공종 코드와 내역서의 원가 코드가 같은 단위로 대응돼야 한다.
명지대 정영수 교수 연구진은 2013년 한국건설관리학회 논문집에 실은 논문에서 이 문제를 한 문장으로 정리했다. 공정·원가 정보의 "물리적 통합은 상용 소프트웨어에 의하여 해결될 수 있으나, 논리적 통합은 프로젝트 특성에 맞게 정의해야 하는 사업관리 관점의 노력이 요구된다." 시스템을 사는 것으로 끝나는 부분과 조직이 직접 정해야 하는 부분이 나뉜다는 말이다. 같은 논문은 공동주택 시범사업에서 분류체계 정의 120개로 도형 객체 6,000여 개를 공정·원가와 연계한 결과를 보고했다. 코드를 먼저 설계하면 뒤의 연계 작업이 줄어든다는 사례다.
어느 깊이로 나눌 것인가
코드 체계 설계에서 가장 오래 걸리는 결정은 분류의 깊이다. 너무 잘게 나누면 현장이 매일 입력해야 할 항목이 늘어 데이터가 비고, 너무 굵게 나누면 집계는 되지만 어느 공종에서 원가가 샜는지 분석이 안 된다. 깊이는 프로젝트 유형에 따라 다르다. 성균관대 연구진이 2021년 한국콘텐츠학회논문지에 발표한 연구는 반도체 공장 같은 하이테크 시설의 공사비 분석을 위해 일반 건축물의 5단계 분류에 클린룸 기능, 유체 종류, 일위대가 세분화 세 가지를 더해 8단계 WBS·CBS 체계를 제안했다. 일반 건축 코드를 그대로 쓰면 하이테크 공사의 원가 구조가 보이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깊이와 함께 정해야 할 것이 WBS와 CBS의 대응 규칙이다. 작업 하나에 원가 코드 하나가 대응되는 구조가 가장 단순하지만, 실제로는 작업 하나에 여러 원가 항목이 걸리거나 원가 항목 하나가 여러 작업에 나뉘어 들어간다. 이 다대다 관계를 어느 수준에서 끊을지, 계약 구조(발주·하도급 단위)와는 어떻게 맞출지를 코드 설계 단계에서 정해야 P6의 공정 진척이 Unifier 같은 원가 시스템의 기성·획득가치 계산으로 넘어간다.
시스템보다 먼저 해야 하는 이유
코드 체계는 한 번 데이터가 쌓이면 바꾸기 어렵다. 진행 중인 프로젝트에서 코드를 바꾸면 이미 입력된 실적을 새 코드로 다시 배분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과거 데이터의 신뢰도가 떨어진다. 그래서 순서는 코드 설계, 시스템 구축, 데이터 이행, 정착 순이 된다. 현행 WBS·CBS·RBS와 데이터 활용 실태를 진단하고, 일정·원가·계약 구조의 대응까지 포함한 표준 코드를 정의하고, 기존 데이터를 정제해 새 체계로 옮기고, 입력 오류를 막는 운영 규칙을 세우는 흐름이다.
PMIS나 EVMS를 검토 중이라면 제품 비교보다 먼저 확인할 것은 현재 공정표의 작업 코드와 내역서의 원가 코드가 같은 단위로 대응되는지다. 대응되지 않으면 어떤 제품을 골라도 일정과 원가는 따로 집계된다.
· ISO 21511:2018, Work breakdown structures for project and programme management
· AACE International, Recommended Practice 20R-98: Project Code of Accounts
· NDIA, ANSI/EIA-748 Earned Value Management Systems Intent Guide (Guideline 1, 3)
· 국토교통부, 작업분류체계(WBS) 적용 설계실무 가이드라인(안), 국도 및 하천분야, 2018.12
· 건설기술진흥법 시행령 (총공사비 500억 원 이상 공사의 비용·기간 실적 관리)
· 정영수·김예솔·김민·주태환, BIM 객체분류체계(OBS) 개념 및 구조, 한국건설관리학회 논문집 14(3), 2013.5
· 최성훈·김진철·권순욱, 하이테크 공장의 효율적 건설 사업비 분석 및 예측을 위한 WBS·CBS 기반 건설정보 분류체계 구축, 한국콘텐츠학회논문지 21(8), 20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