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공사비 상승기의 계약금액 조정 요건과 판례

그린포스트코리아 2026년 4월 2일 보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올해 들어 서울 정비사업장 네 곳에 공사비 증액 공문을 보냈다. 사업장마다 꺼낸 조항이 달랐다. 은평 대조1구역에는 미국과 이란의 전쟁 장기화에 따른 자재 가격 상승을 이유로 도급계약서의 불가항력 조항을 들었고, 강서 등촌1구역에는 도급계약의 물가변동(에스컬레이션) 조항을 원용했다. 송파 마천4구역에는 공사비 산출 기준시점을 2021년 7월에서 2026년 1월로 바꾸자고 요구했고, 요구액은 3,834억 원에서 6,733억 원(75.6% 증액)이다. 여의도 한양아파트에는 같은 방식으로 1,207억 원(15.6%) 증액을 요청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공사비원가관리센터가 산출하는 건설공사비지수(2020년 평균=100)는 2026년 6월 138.22(잠정)로 전년 동월 대비 5.5% 올랐다. 2020년 평균 대비로는 38.2% 오른 값이다.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같은 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9.99(2020=100)로 전년 동월 대비 3.2%, 2020년 평균 대비 약 20% 상승이다. 대한경제 2026년 5월 4일 보도에 따르면 3월 지수(134.42)는 7개월 연속 역대 최고치였고, 그달 폴리프로필렌수지는 18.1%, 아스팔트는 10.2% 올랐다.
물가가 올랐다는 사실만으로 계약금액이 조정되지는 않는다. 대법원은 조정 요건이 충족되더라도 조정은 자동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계약당사자가 상대방에게 적법한 계약금액조정신청을 해야 이루어진다고 판시했다(대법원 2006. 9. 14. 선고 2004다28825).
공공공사의 조정 요건
국가계약법 제19조와 시행령 제64조가 기본 규칙이다. 계약 체결일부터 90일 이상 지나고, 입찰일을 기준으로 산정한 품목조정률 또는 지수조정률이 3% 이상 오르내리면 계약금액을 조정한다. 한 번 조정한 뒤에는 조정기준일부터 90일이 지나야 다시 조정할 수 있다. 천재지변이나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계약 이행이 곤란하면 90일이 지나지 않아도 조정할 수 있다.
조정 방법은 품목조정률(품목별 수량과 등락폭을 곱해 합산)과 지수조정률(공표 지수로 산출) 중 하나를 계약 체결 시 정하고, 이행 중에 바꿀 수 없다. 특정 자재만 급등했을 때는 단품 슬라이딩이 있다. 재료비·노무비·경비 합계의 0.5%를 초과하는 자재의 가격이 입찰일 기준 15% 이상 오르면 그 자재에 한해 조정한다. 자재 비중 요건은 원래 1%였고, 이후 시행령 개정으로 0.5%로 낮아졌다.
발주기관은 계약상대자의 청구를 받은 날부터 30일 안에 조정해야 하고, 조정 신청은 준공대가를 받기 전까지, 장기계속공사는 각 차수별 준공대가를 받기 전까지 해야 한다.
수급인이 진 판례와 반대 방향의 판결
첫째, 청구 전에 확정적으로 받은 돈은 조정받지 못한다. 위 2004다28825 판결은 조정신청 전에 장래 조정을 전제하지 않고 확정적으로 지급받은 기성대가를 물가변동 적용 대가에서 제외했다. 신청보다 기성 수령이 빨랐다면 그 부분의 증액은 사라진다.
둘째, 조정 방법은 계약 체결 때 정해진다. 한국철도공사와의 계약에서 수급인이 유리한 지수조정률 적용을 주장했으나, 대법원은 계약 체결 시 지수조정률을 원한다는 의사표시를 하지 않았다면 품목조정률로 조정해야 한다고 보았다(대법원 2019. 3. 28. 선고 2017다213470).
셋째, 조정을 배제하는 특약은 원칙적으로 유효하다. 아산배방 집단에너지시설 공사에서 국외 구매분을 고정 금액으로 정한 특약이 있었고, 2008년 환율 급변 후 시공사가 조정을 청구했으나 거절당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국가계약법 제19조가 계약담당자가 지켜야 할 사항을 정한 규정이고, 특약이 계약상대자의 이익을 부당하게 제한하지 않는 한 유효하다고 보았다. 특약이 입찰 전에 공개됐고 환율이 어느 쪽에도 유리할 수 있었다는 점이 근거였다(대법원 2017. 12. 21. 선고 2012다74076 전원합의체).
반대 방향의 판결이 민간공사에서 나왔다. 부산고등법원은 도급인 요청으로 착공이 약 8개월 지연되는 사이 철근 가격이 약 2배로 오른 사안에서, 건설산업기본법 제22조 제5항 제1호를 근거로 물가변동 배제특약을 무효로 판단했고 대법원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확정됐다(부산고법 2023. 11. 29. 선고 2023나50434). 이 판결을 소개한 김앤장 법률사무소는 특수한 사실관계에 한정된 판단이라 일반화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국토교통부도 2022년 4월 5일 유권해석에서 민간공사의 배제특약이 상당한 이유 없이 계약상대방의 이익을 제한하면 무효가 될 수 있다는 입장을 냈다. 민법상 사정변경 원칙으로 가격 급등을 다투는 길은 사실상 닫혀 있다. 대법원은 계약 체결 후 화폐가치가 크게 변동한 사안에서도 사정변경에 따른 해제를 인정하지 않았다(대법원 1963. 9. 12. 선고 63다452).
민간공사에는 법정 조정이 없다
민간 도급계약에서 물가변동 조정을 강제하는 법률은 없고, 국토교통부 민간건설공사 표준도급계약서에 조정 조항이 있으나 채택 자체가 권고 사항이다. 국토교통부는 2025년 4월 28일 표준도급계약서를 전부개정(고시 제2025-204호)해 특정 자재 조정 요건을 공사비의 1%에서 공공과 같은 0.5%로 완화했고, 2026년 1월 16일 일부개정(고시 제2026-34호)이 뒤따랐다. 그래도 조정은 당사자 합의를 전제로 한다.
대표 사례가 둔촌주공(올림픽파크포레온)이다. 서울경제 2023년 7월 6일 보도에 따르면 시공사업단이 청구한 추가 공사비 1조 1,385억 원 가운데 한국부동산원은 1,621억 원만 검증해 377억 원 감액을 권고했고 나머지 9,763억 원은 검증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조합이 자체 의뢰한 검증에서는 물가상승(ESC) 명목 청구 3,617억 원 중 2,075억 원을 감액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위클리한국주택경제신문이 2025년 2월 서울·수도권 정비사업과 리모델링 13개 현장의 협상 결과를 집계한 기사에 따르면 협상을 거친 뒤에도 평균 53.77% 증액됐다. 신반포22차는 2017년 평당 569만 원에서 1,300만 원으로 올랐다(128% 상승). 서대문 홍제3구역은 2024년 5월 평당 784만 원으로 확정하고도 2026년 7월 1일 시공사가 321억 원 증액을 다시 요구했고, 머니투데이방송에 따르면 공문은 조합원 재분양 신청 마감 19일 뒤에 왔다. 뉴스웨이 2026년 7월 23일 보도 기준 코오롱글로벌은 올해 부산 만덕3구역, 대전 가오동1구역, 부산 하단1구역에서 시공 계약 해지를 통보받았고, 이코노미스트 2026년 5월 20일 보도에 따르면 부산 우동1구역에서는 공사비 갈등 끝에 DL이앤씨가 2026년 1월 조합을 상대로 420억 원 대여금 반환 소송을 냈다.
제도 개정의 방향
국토교통부는 2024년 1월 정비사업 표준공사계약서를 배포하면서 시공자가 계약 체결 전까지 세부 산출내역서를 제출하고, 물가 반영은 소비자물가지수 대신 국가계약법상 지수조정률 방식을 쓰도록 했다. 2025년 8월 13일에는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을 고쳐(고시 제2025-448호, 2025년 11월 14일 시행) 건설사가 입찰 제안서에 공사비 변동 기준을 명시하게 했다. 공사비 분쟁으로 공사 중단이나 입주 지연이 우려되면 도시분쟁조정위원회를 지체 없이 열도록 하는 도시정비법 개정안은 2026년 2월 1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를 통과했다. 본회의 통과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하도급 단계는 법정 절차가 먼저 있다. 하도급법 제16조의2에 따라 수급사업자는 공급원가가 변동하면 원사업자에게 대금 조정을 신청할 수 있고, 원사업자는 신청일부터 10일 안에 협의를 시작해야 한다. 원도급에서 조정을 받지 못한 시공사가 하도급 조정 요구는 받는 구조다.
정리
공공공사에서 조정을 받으려면 요건(90일 경과, 입찰일 기준 3% 또는 단품 0.5%·15%)의 산정 근거, 준공대가를 받기 전이라는 시점, 계약 체결 때 정해 둔 조정 방법, 품목조정률 방식이라면 품목별 수량·가격 입증 자료가 갖춰져야 한다. 민간공사는 계약서에 적힌 조정 조항과 그 문구가 사실상 전부이고, 배제특약이 있으면 판례상 원칙적으로 유효하다.
대법원 판례 세 건에서 수급인이 진 지점은 청구보다 기성 수령이 빨랐던 것, 계약 체결 때 조정 방법을 정하지 않은 것, 계약서에 배제특약이 있었던 것이다. 조정 청구가 성립하려면 입찰일 기준 가격, 자재 투입 시점과 수량, 기성 청구와 수령 시점이 기록으로 남아 있어야 한다. 상승분이 해당 계약의 어느 공정에 얼마나 들어갔는지는 수급인이 보관한 기록으로만 증명된다.
· 국가계약법 시행령 제64조(물가변동으로 인한 계약금액의 조정)
· 법제처 생활법령정보, 물가변동으로 인한 계약금액의 조정
· 대법원 2006. 9. 14. 선고 2004다28825 판결
· 대법원 2019. 3. 28. 선고 2017다213470 판결
· 대법원 2017. 12. 21. 선고 2012다74076 전원합의체 판결
· 대법원 1963. 9. 12. 선고 63다452 판결
· 김앤장, 부산고법 2023나50434 판결 해설, 2023
· 기계설비신문, 민간공사 물가변동 배제특약 국토부 유권해석, 2022.4.21
· 민간건설공사 표준도급계약서(국토교통부고시 제2025-204호), 2025.4.28
· 민간건설공사 표준도급계약서(국토교통부고시 제2026-34호), 2026.1.16
·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국토교통부고시 제2025-448호), 2025.8.13
· 하도급법 제16조의2(공급원가 변동에 따른 하도급대금의 조정)
· 이데일리, 공사비 오르고 민간 수주는 감소(6월 건설공사비지수 138.22), 2026.8.12
· 대한경제, 건설공사비지수 7개월 연속 역대 최고치, 2026.5.4
· 국가데이터처, 2026년 6월 소비자물가동향, 2026.7.2
· 그린포스트코리아, 현대건설 서울 정비사업장 4곳 공사비 증액 요청, 2026.4.2
· 서울경제, 둔촌주공 추가 공사비 검증 경과, 2023.7.6
· 위클리한국주택경제신문, 정비사업 13곳 협상 후 평균 53.77% 증액, 2025.2.20
· 머니투데이방송, 홍제3구역 321억 원 재증액 요구, 2026.7.8
· 뉴스웨이, 코오롱글로벌 정비사업 계약 해지 잇따라, 2026.7.23
· 이코노미스트, 공사비 갈등과 시공사 교체·소송, 2026.5.20
· 위클리한국주택경제신문, 정비사업 표준공사계약서 주요 내용, 2024.1.23
· 하우징헤럴드, 국토위 통과한 도정법 개정안, 2026.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