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OT 클레임을 입증하는 공정 기록의 조건

준공이 여섯 달 늦어졌다. 시공자는 발주자의 설계 변경과 승인 지연 때문이라며 공기연장(EOT, Extension of Time)을 청구하고, 발주자는 시공자의 인력 투입 부족이 원인이라며 지체상금을 걸겠다고 한다. 양쪽이 각자 공정표를 들고 나온다. 어느 쪽 공정표가 사건 당시에 기록된 것이고 어느 쪽이 분쟁 뒤에 만든 것인지가 결과를 상당 부분 정한다.
지연 분쟁의 규모
건설 분쟁 컨설팅사 HKA가 2025년 11월에 낸 CRUX Insight 8차 보고서는 114개국 2,200개 이상의 자본 프로젝트(총 자본지출 2조 4,330억 달러)를 분석했다. 클레임으로 청구된 원가 초과분은 계약 예산의 평균 33.4%, 청구된 공기연장은 계획공기의 평균 65.8%였다. 2020년 이후 착수한 프로젝트에서 클레임 원인으로 가장 많이 지목된 항목은 범위 변경(해당 프로젝트의 28%), 코로나19(24%), 설계 부정확(15% 이상) 순이었다.
분쟁이 중재나 소송으로 가면 비용은 따로 든다. Arcadis의 15차 북미 건설 분쟁 보고서(2025)에 따르면 2024년 북미의 평균 분쟁 금액은 한 건 6,010만 달러로 전년보다 39.8% 늘었고, 평균 해결 기간은 12.5개월로 최근 10년 중 가장 짧았다.
EOT 청구가 입증해야 하는 것
계약마다 문구는 다르지만, EOT가 인정되려면 통상 지연 사유가 발주자 책임이거나 계약상 면책 사유에 해당하는지, 그 사유가 크리티컬 패스를 실제로 밀었는지, 같은 기간에 시공자 책임 지연이 겹치지 않는지를 따진다. 발주자가 방어하는 입장이라면 반대로 시공자 책임 지연이 같은 기간에 있었다는 점이나 해당 사유가 크리티컬 패스에 있지 않았다는 점을 보여야 한다. 어느 쪽이든 근거는 공정표와 실적 기록이다.
영국 건설법학회(SCL)의 지연·방해 프로토콜(Delay and Disruption Protocol) 2판(2017년 2월)은 국제 건설 분쟁에서 지연분석의 기준으로 널리 참조된다. 프로토콜이 다루는 지연분석 기법은 어떤 기록을 재료로 쓰는지에 따라 갈린다.
| 분석 기법 | 필요한 기록 |
|---|---|
| Impacted As-Planned | 승인된 베이스라인, 지연 사건 내역. 실적은 반영하지 않는다. |
| Time Impact Analysis | 지연 사건 직전 시점의 업데이트 공정표, 사건 내역 |
| Time Slice Windows | 주기별 업데이트 공정표의 전체 이력 |
| As-Planned vs As-Built Windows | 베이스라인, 기간별 실적(as-built) 기록 |
| Retrospective Longest Path | 준공 시점의 실적 공정표 |
| Collapsed As-Built | 실적 공정표, 제거할 지연 사건 내역 |
실적을 반영하지 않는 Impacted As-Planned는 준비가 쉽지만 실제로 일어난 일을 보여주지 못한다. 업데이트 이력을 쓰는 Time Impact Analysis와 Time Slice Windows는 사건 당시의 공정표가 남아 있어야만 가능하다. 분쟁 뒤에 과거 시점의 공정표를 다시 만들면 상대방은 그 공정표가 당시 상황을 반영했는지부터 다투게 되고, 분석의 설득력은 그만큼 낮아진다.

입증이 무너지는 지점
클레임 실무에서는 기록이 없거나 서로 연결되지 않아 입증이 막히는 경우가 많다. 베이스라인이 승인 절차 없이 여러 번 바뀌어 어느 판이 기준인지 정할 수 없으면 지연 자체를 측정할 수 없다. 월간 업데이트가 몇 달씩 비어 있으면 그 기간의 지연이 누구 책임인지 가를 수 없다. 설계변경 지시나 RFI가 문서함에는 있는데 공정표의 어느 액티비티에 영향을 줬는지 연결돼 있지 않으면, 사건이 크리티컬 패스를 밀었다는 주장을 세울 수 없다. 액티비티가 너무 굵어 발주자 지연과 시공자 지연이 한 액티비티 안에 섞여 있으면 동시지연을 분리할 수 없다.
대응은 분쟁이 나기 전에 해 둘 수밖에 없다. 승인된 베이스라인을 시스템에 고정하고 개정은 버전과 승인 이력으로 남긴다. 실적은 매주 또는 매월 데이터데이트 기준으로 입력하고 그 시점의 스냅샷을 보존한다. 변경 지시와 RFI는 시점과 함께 남기고 해당 액티비티에 연결한다. WBS와 액티비티 상세도는 발주자 지연과 시공자 지연을 따로 볼 수 있는 수준으로 잡는다. Oracle Primavera P6의 베이스라인 관리와 Aconex 같은 문서 시스템의 연계는 이 작업에 쓰이는 도구의 예다. 같은 기록은 획득가치관리(EVM)의 입력값이기도 하다.
EOT 클레임의 결과는 분쟁 국면에서 어떤 분석 기법을 고르느냐보다 수행 중에 베이스라인과 업데이트가 어떻게 남았느냐에 따라 먼저 정해진다. 분쟁 뒤에 컨설턴트를 투입해도 없는 기록을 만들 수는 없다.